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될 무렵, 엄마가 돌아가셨다. 중환자실에 입원한 지 두 달 가까이 되었기에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어제까지 숨을 쉬던 사람이 오늘은 숨을 안 쉰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은 다른 얘기다. 늦은 밤 돌아가셨기에, 다음 날 아침 몇 명의 사람에게만 부고를 보냈다. 아침에 연락했는데 그날 늦은 오후, 함께 일했던 김포장애인야학 &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동료들이 왔다. 김포에서 포항까지 KTX를 이용하더라도 4~5시간은 걸리는 거리다. 심지어 그날은 포항에 축제가 있어서 기차표를 구하는 것도 힘들어, 그들은 버스를 이용했다. 이날의 기억이 몇 개월이 지난 지금에도 진하게 남아 있다.

예전 대안학교에서 일을 할 때, 학생들에게 ‘자립’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어린 시절 스스로 자란 것도 아니고, 시간이 지나 돌봄이 필요할 때도 올 텐데 말이다. 요즘은 각종 모임에 가면 ‘의존’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다닌다. 지원해 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밥도 잘 챙겨 먹을 수 있고, 아플 때 수월하게 넘어가기도 하고, 생활의 빈틈을 채울 수도 있다. 물론 한국에서 살아온 존재라, 도움을 요청할 때 몸과 마음의 노력을 해야 말 한마디 나오는 수준이지만 말이다.

‘연대’의 뜻을 찾아봤다. 국어사전에서 연대는 ‘한 덩어리로 서로 굳게 뭉침’이라고 한다. 그런데 ‘장애인과 연대’라고 하면 ‘함께한다’ 류의 생각을 많이 하지 않을까? 나는 엄마의 장례를 통해 사전에 나온 말처럼 ‘서로 뭉쳐지는’ 순간을 느꼈다. 투쟁의 현장에서 몸과 마음, 그리고 돈(?)으로 함께한 사람들이, 어떤 순간에 서로를 위해 함께하는 시간이 올 것이다. 그때를 놓치지 말고 서로가 있음을 잘 느끼고 표현하면 좋겠다. 그게 연대의 소중한 결과 중 하나이지 않을까? 😊

장애등급제? X1점수? 너무 어렵다고 느꼈다면 주목! 전장연 TV의 새 코너 “알고 싸우자! 알싸하자!”에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회 인혁 활동가,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지원 활동가와 함께 ‘장애등급제’의 의미와 진짜 폐지를 위한 투쟁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풀어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전장연 활동가 신지현입니다. 10월 뉴스레터가 늦어져 11월 12일에야 인사를 드리게 되었네요. 매달 전장연의 이야기를 기다려 주고, 클릭해 읽어 주시는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특히 매번 빠짐없이 뉴스레터를 클릭해 주시는 ‘강성(?) 구독자’분들이 있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됩니다. 

10월, <연대의 시선>에 연대시민 생강님이 보내주신 글을 읽으며 잠시 생각했습니다. “그래, 연대는 거창한 구호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일상이 맞닿는 순간 속에서 뭉쳐지는 경험이지.” 구독자님은 그런 ‘뭉침’의 순간을 최근 언제 경험하셨나요? 

이번 뉴스레터 역시 그런 ‘뭉침’의 순간들- 서울역에서, 거리에서, 그리고 일상 속에서 동지들과
함께 부딪히고 걸어온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읽어 주시는 구독자 한 분 한 분의 시선이 또 하나의 연대가 되어, 사회가 구성원 모두를 차별하거나 배제하지 않도록, 전장연의 투쟁과 활동이 더 멀리, 더 단단히 이어지길.  

이달 ‘활동가의 시선’은 늦은 발행에 송구한 마음을 담아, 구독해 주시는 모든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11월 뉴스레터에서 곧 다시 만나요.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