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은 2023년 10월부터 전장연 집회 지원단 활동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전장연의 집회·시위에 대한 경찰의 대응이 점차 과도해짐에 따라 상시적인 법적 대응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전장연과 함께하며, 또 전장연 활동가들이 집시법 위반, 일반 교통방해, 전차 교통방해, 공무 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많은 사건에 변호인으로 대응하며,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시위의 자유가 현장에서 얼마나 쉽게 무력해지는지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한 줌의 활동가와 시민이 참여한 집회 현장에 수많은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보안관이 빽빽하게 배치되었습니다. 공사 측은 '특정 장애인 단체'의 시위로 열차가 지연된다는 방송을 끊임없이 틀어댔습니다. 장애인 활동가들의 지하철 탑승을 막고, 침묵 시위조차 못 하게 하며, 집회 현장에서 참가자들을 강제로 끌어내기 일쑤였습니다.

얼굴도 너무 익숙해져 버린 서울교통공사 직원은 "왜 꼭 지하철에서 해야 됩니까? 밖에 나가서 하세요!"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장연에게 지하철이라는 공간은 단순한 집회 장소가 아니라, 장애인 이동권 문제의 핵심 현장이자 투쟁의 대상 자체입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에는 '어디서' 할지 선택할 권리도 포함됩니다. 이는 단순한 선호 문제가 아닌, 집회의 실질적 권리의 핵심 부분입니다. 집회나 시위는 많은 사람이 같은 목적으로 모이고, 공공장소에서 행진하거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 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입니다. 참가자나 불특정 다수인에게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소음이나 통행 불편이 생길 수밖에 없고, 이는 부득이한 것이므로 집회에 참가하지 않은 시민도 이러한 불편을 참을 의무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전장연 지하철 투쟁에 있어 장애인들의 절박한 권리 주장보다 시민들의 일시적 불편함이 더 강조되곤 합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전장연 활동가들에 대한 형사 사건에서 수사기관이 시민들의 불편을 강조하기 위해 제출한 민원 자료를 검토하던 중 뜻밖의 발견을 했습니다. 지하철 지연에 대한 불만 가득한 민원도 있었지만, 따뜻한 지지의 메시지도 꽤 많았던 것입니다. 시민들은 전장연의 이동권 투쟁을 지지하며, 혐오적 표현을 자제할 것을 요청하고, 장애인 이동권 보장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모든 시민이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는 지하철을 바라는 따뜻한 연대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불편함을 같이 나누고 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여전히 전장연은 장애인 권리 운동을 범죄화하는 현실 속에서 싸우고 있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승리의 순간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작은 응원과 연대가 모여 우리 사회를 조금씩 변화시켜 나갈 것이라 믿습니다. 😊

지난 2월, 울산 태연재활원에서 충격적인 학대 사건이 밝혀졌어요. 장애인 거주인들이 생활지도원들에게 지속적으로 폭행당하고 강제로 약물을 투여받는 등, 한 달 동안 확인된 학대 의심 사례만 500건에 달했어요. 피해자는 29명이나 되는데, 이렇게까지 처참한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이런 참사는 단순한 개인의 범죄가 아니라, 장애인을 시설에 가둬놓는 구조 때문이에요. 장애인 거주시설은 폐쇄적인 환경 속에서 학대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어요.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시설 중심 정책을 유지하며, 이런 문제를 방관해 왔죠. 💢

더 이상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장애인을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정책을 바꿔야 해요.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는 주거 정책과 법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제는 변해야 합니다. 장애인이 안전하고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목소리를 내요. 📢

최옥란 열사 기일을 맞아 열린 326 전국장애인대회가 3월 26일부터 이틀간 진행됐어요. 최옥란 열사는 장애인이자 여성, 노점상으로, 저소득 빈곤계층의 생계비 보장과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싸웠던 운동가예요.

26일 아침, 전장연 투쟁에 연대하는 '구르는 시민연대'와 함께 출근길 선전전 800일 차를 맞이했고, 서울420 출범식과 장애인의 교육·노동·자립생활 권리를 위한 결의대회를 이어갔어요. 저녁에는 최옥란 열사 23주기 장애해방열사 합동 추모제를 열고, 열사의 정신을 기억하는 자리를 가졌어요. 🕊️

저녁, 전장연 활동가들은 1박 노숙농성을 위해 광화문역 해치마당으로 향했어요. 하지만 해치마당과 이어진 광화문역 9번 출구에 셔터가 내려져 있었어요. 활동가들은 물러서지 않았어요. 50명이 넘게 모이자 결국 셔터가 올라갔고, 무리가 되어 셔터가 다시 내려지지 않도록 자리를 지켰어요. 서울교통공사 보안관과 경찰까지 등장한 긴장감 속에서도, 활동가들은 2시간 넘는 대치 끝에 농성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27일 오전 8시, 장애인들이 서울 지하철 곳곳에서 동시다발로 포체투지(기어가는 오체투지)를 벌였어요. 이후 ‘14차 다이인(die-in) 행동’이 진행되는 경복궁역으로 하나둘 모여 승강장은 민주노총·금속노조 등 노동자들, 학내 민주화 투쟁 중인 동덕여대 졸업생, 장애인 투쟁에 연대하는 시민들로 가득 찼어요.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장애인 거주시설 인권 참사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결의대회’를 끝으로 제21회 326 전국장애인대회가 마무리됐어요. 최옥란 열사의 정신을 이어받아, 전장연은 장애인 권리가 보장되는 그날까지 끝까지 싸울 거예요. 🤩

안녕하세요. 저는 전장연 정책실에 들어온 지 3개월이 된 신입 활동가 정원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제가 만났던 돼지들, 새벽이와 잔디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새벽이 생추어리’는 공장식 축사에서 구조된 돼지 ‘새벽이’와 동물 실험장에서 벗어난 돼지 ‘잔디’가 살아가는 곳이에요. 넓은 마당이 있고, 마음껏 뒹굴며 햇볕을 쬘 수 있는 공간. 구조되지 않았다면 도살장이나 실험실, 그러니까 ‘시설’에서 삶을 마감했을 두 마리의 돼지에게 이곳은 분명 더 나은 환경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그곳에서 ‘탈시설’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새벽이는 공장식 축사에서, 잔디는 실험장에서 나왔어요. 인간의 이윤과 편의를 위해 철저히 통제되던 공간에서 벗어나 생추어리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생추어리는 분명 공존의 공간이지만, 동시에 또 하나의 시설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돼지들이 도시 한복판에서 인간과 동등한 존재로 살아가는 것은 지금의 사회 구조에서 불가능하니까요. 그래서 그들이 더 안전하고 덜 억압당하는 공간을 마련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물이 생추어리였어요. 하지만 이곳이 ‘해방’이라기보다, 해방을 향한 과도기적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고민은 제가 장애 운동을 하며 늘 마주하는 문제의식과도 맞닿아 있어요. 장애인도 오랫동안 시설이라는 이름 아래 갇혀 있었어요. ‘보호’라는 명목으로 자유가 박탈되었고, 한정된 공간에서 일상을 통제당했죠. 여러분은 장애인이 시설을 나오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나요?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시설에서 나와도 이동할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조건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또 다른 형태의 시설 속에 갇힐 수밖에 없어요. 주어진 삶의 범위가 제한되고,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삶은 결국 시설화된 삶이니까요.

새벽이와 잔디를 돌보면서, 저는 탈시설 이후의 삶에 대해 다시 고민했어요. 저는 누구도 시설에 가두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싸우고 있어요. 시설을 모두 부수는 것뿐만 아니라, 장애인도, 동물도, 누구도 ‘수용’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해요. 단순히 안전한 울타리를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고 존엄을 보장받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새벽이와 잔디는 인간 중심 사회에서 완전히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없어요. 하지만 그것이 곧 ‘시설’에 있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겠죠. 마찬가지로,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되어서는 안 돼요. 사회가 장애인의 삶을 제한하지 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구조, 그러니까 ‘연립’할 수 있는 세상을 마련하는 것이 탈시설 운동의 진정한 목표가 아닐까요. 장애인과 비인간 동물 모두 보호가 아닌 권리의 주체로서 돋아나는 사회. 동물 해방과 장애 해방이 끝내 연결되어 모두의 해방으로 마주할 그날까지, 저의 투쟁은 계속될 것입니다.

모든 존재!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