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앰네스티와 전장연은 2024년 한 해 동안 ‘인권을 위한 편지쓰기’ 캠페인으로 협업하며, 국회와 지하철, 사무실과 거리를 함께 오갔습니다. 올해 4월 서울시장에게 “전장연 활동가들에 대한 부당한 탄압을 중단하라”는 46만 4천 통의 탄원 편지를 전달하기까지의 1년은, 11월 나리타공항에서 박경석 활동가의 일본 입국 거부, 12월 3일 투쟁보고제 이후 비상계엄령 선포 등 등골이 서늘했던 순간부터, 대만 자립생활단체와 투쟁 방법론을 주고받은 순간, 앰네스티 멕시코 지부 활동가들과의 화상통화까지, 숨 가쁘게 이어졌습니다.

국제앰네스티는 각국 정부가 국제인권규범을 준수하는지 감시하고 이를 위해 캠페인과 권고 활동을 하는 단체입니다. 저희 활동은 현장에서 모순을 온몸으로 겪으며, 필요한 언어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풀뿌리 활동가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습니다. 저 역시 한국 장애인운동을 공부하며, 이렇게 멋지고 가열차게 조직하고 행동한 활동가들이 있었음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제가 배운 가장 중요한 것은 투쟁을 대하는 태도였습니다. 열리지 않아도 두드리고, 다른 문도 두드리며, 문 앞에 누워서라도 계속하는 것. 아직 서울시장은 눈도 깜빡하지 않지만, 우리는 계속 함께 두드릴 것입니다. 😊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 아니라, 전장연이 24년째 이어온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이에요. 올해도 외쳤어요. “장애인 권리는 언제쯤 보장되나요?” 천주교의 탈시설 왜곡에 맞서 싸우며, 2천여 명이 혜화동 성당까지 행진했어요. “탈시설 권리를 보장하라”는 외침이 울려 퍼졌고요. 하지만 경찰은 신고된 행진조차 폭력적으로 막아섰어요. 서울대병원 앞 ‘장애인차별대학 1호점’ 지정, 문화제, 그리고 마로니에 공원에서의 노숙농성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답니다. 👍

다음 날 아침, 전장연은 다시 지하철에 탔어요. 1년 만의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였죠. 혜화역 승강장엔 500여 명이 모였고, 서울교통공사는 ‘인간 벽’을 세워 휠체어 이용자들을 막았어요. 발언도 들리지 않고, 열차에 타기도 전에 강제 진압이 시작됐어요. 박경석 대표는 열차 틈에 머리가 끼는 위험한 사고도 당했답니다. 열차는 7대나 그냥 지나갔고, 30분 만에 겨우 탑승했어요. 장애인은 이동하고, 교육받고, 일하며,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고 싶어요. 전장연의 투쟁에 함께해 주세요. 🔥

4월 18일, 전장연과 탈시설연대 활동가 3명이 혜화동성당 종탑에 올랐어요. 전국 장애인 거주시설 10곳 중 1곳을 운영하는 천주교가 탈시설 권리를 왜곡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천주교는 자립지원법 폐지 운동까지 벌이며, 여전히 ‘시설도 거주 선택지’라고 주장해요. 하지만 UN도 “시설은 선택이 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죠. 시설에선 지금도 장애인이 죽어가고 있어요. 종탑 위 활동가들은 말해요. “천주교가 탈시설 권리를 인정할 때까지 우리는 내려오지 않겠다”고요.

4월 25일, 천주교 사회복지위원회가 전장연·탈시설연대와 약속한 간담회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일이 있었어요. 활동가 3명이 혜화동성당 종탑에서 8일째 고공 농성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대화로 풀기로 했던 약속이 깨어진 거예요. 간담회는 탈시설 왜곡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첫걸음이었는데, 결국 탈시설 논의를 위한 진심도, 책임도 볼 수 없던 천주교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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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 문예린입니다. 얼마 전 <콘클라베>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교황이 죽고, 새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비밀스러운 회의, 콘클라베.

모든 문이 닫히고,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그 장소에서 반복해서 되새기게 되는 한 문장이 있습니다. “늘 의심하라.” 사랑을 말하는 사람을, 그 확신을 의심하라는 말이었습니다. 천주교는 사랑이라는 말을 참 자주 합니다. 자선과 봉사, 희생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그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누군가가 고립되고, 시설에 갇히고, 존엄을 잃어간다면, 우리는 그 말을 의심해야 합니다. 누구를 위한 사랑인지, 누구를 향한 연민인지, 그리고 그 사랑이 왜 그렇게 위에서 내려다보는 모양새인지.

저는 영화 속 인물들이 서로를 경계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때로는 믿음마저 흔들리는 장면들에서 떠올렸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보호라는 이유로 장애인을 시설에 가두는 이 사회, 말입니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배려’나 ‘동정’이 아닙니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탈시설’, 그리고 ‘지역사회에서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권리와 지원의 보장’입니다. 시설 밖에서 사는 것이 당연한 사회, 노동할 기회조차 없거나 이동할 자유를 박탈당하지 않는 사회, 사랑이라는 말이 더는 권력의 언어가 아니라 존엄의 언어가 되는 사회. 그런 사회를 위해 우리는 활동하고 있습니다. 

“늘 의심하라.” 그 말은 결국 우리 자신을 향한 말이기도 합니다. 나의 말, 나의 시선, 나의 익숙함을 의심할 수 있을 때,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법을 조금씩 배워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활동은 단지 ‘장애인을 위한’ 활동이 아닙니다. 모두가 자기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그 선택에 따라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우리 모두의 활동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을, 우리가 원하는 모습으로 함께 바꿔나갑시다. 배제가 아니라 함께의 언어로, 시혜가 아니라 존중의 시선으로.

그리고 언제나 잊지 마십시오. 닫힌 문 안에서 결정되는 권력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 사랑이라는 말 뒤에 누구의 삶이 지워지고 있는지. <콘클라베>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늘 의심하라.” 그 말은 결국, 세상을 바꾸는 질문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