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까지 공립학교에 재학한 나는 사립 고등학교에 진학하자 형편없는 접근성을 마주했다. 평균 체력으로도 버거운 언덕을 올라야 정문이 나왔고, 승강기는 더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야 나오는 후문에서만 탈 수 있었다. 게다가 전교생의 절반 가까이가 입실하는 기숙사는 승강기로 접근이 불가능해서 무거운 캐리어도 계단으로 날라야 하는 환경이었다. 마치 입학 조건에 ‘건강한 신체’ 항목이라도 있었던 것처럼, 학교 시설은 너무나 공공연하게 비장애인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었다. 학교 승강기에 붙어 있던 ‘학생이 아닌 이동 약자를 위한 승강기’라는 안내 문구를 잊을 수 없는 이유는, 그 문장이 우리의 정상성을 전제하고 있다는 사실과 이 학교에서는 결코 휠체어를 볼 수 없을 거라는 사실이 새삼스레 다가왔기 때문이다.

학교 시설의 접근성과 공립/사립의 연관성을 고려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사립학교의 자본주의적 구조와 베리어 프리를 연결해 본다. 학교 시설에서 장애 접근성이 결여되는 순간, 우리가 무거운 캐리어를 계단으로 나르고 깁스를 하면 학교를 제대로 다닐 수 없었던 것처럼 누구도 편안하지 못한 공간이 된다. 학생들은 정상성을 강요받고, 질병권마저 잃게 된다.

나는 내 운동장으로 청소년인권운동을 선택했지만, 학교 승강기의 안내 문구를 발견한 순간처럼 장애인권 없이는 학생인권도 없다고 깨달을 때, 운동장의 라인을 넘나들 필요를 느낀다. 경계를 허물고 함께 나아갈 때 비로소 운동이 사회로 확장된다고 생각한다.

활동가이자 시민으로서 전장연의 투쟁이 더 많은 대중의 관심을 받길 바란다. 소음이 목소리로 인식되고, 권리는 사치가 아닌 명맥으로 여겨지기를. 개인적으로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운동만큼 좋은 운동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전장연의 투쟁은 언제나 좋은 본보기이다. 그 투쟁에 기꺼운 마음으로 라인을 넘어 연대하기를 다짐한다! 😊

Happy Pride Month! 라는 인사를 남기고, 뉴욕으로 떠나는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오픈리 성소수자로 퀴어문화축제를 만들다, 지역장차연 동지들의 모습을 보고 이끌리듯 전장연으로 도착했습니다. 꽤 긴 시간, 축제의 형상을 한 투쟁을 하다 새로운 투쟁의 장으로 뛰어든 지 4개월. 국제투쟁이라는 새로운 투쟁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AA CRPD 대표단의 국제투쟁은 시작부터 '투쟁'이었습니다. 비자 발급 거부(긴급 인터뷰로 간신히 나왔습니다), 아시아나의 탑승 거부, 이동하기 위한 이동수단의 휠체어 이용 여부를 알리고 예약하는 과정들도 투쟁이었답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도보 이동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알아서 비켜주는 사람들, 누구든 쉽게 누를 수 있는 휠체어 자동문 버튼, 경사로, 저상버스까지. 아! 휠체어가 그래도 쉽게 다닐 수 있으려면 이런 세상이 필요한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해보곤 했습니다. 그런데 또 같은 세상도 있었습니다.

플릭스버스는 메가버스로, 전동휠체어 이용석이 2석 존재합니다. 평소엔 좌석으로 쓰다가, 휠체어 이용 시 좌석을 접어 휠체어석을 마련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리프트를 이용하여 옆쪽 문을 이용하는 형식이었지요. 문제는, 리프트였습니다. 고정 장치가 불안정하여 “태울 수 없다!”고 저희를 놓고 가려 하였습니다. 우리는 “우리도 함께 가지 않으면 갈 수 없다!”는 생각으로 버스를 타기 위해 긴급행동에 나섰습니다. 뙤약볕 밑, 그동안 사진이나 영상으로만 보던 버스를 타자! 행동을 미국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함께 간다’, 휠체어를 이용한다는 이유만으로 —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를 후순위로 만들지 말라는 외침은,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던지는, 함께 살기, 함께 가기 위한 외침이었습니다. 결국 약 1시간의 행동과 경찰과의 중재 끝에 대체 버스를 마련해 주기로 했습니다. 약속한 2시간을 훌쩍 넘어, 9시간을 기다려 버스를 탈 수 있었지요.

UN 시민사회포럼에서 탈시설 당사자인 박초현 대표가 지역에서 함께 사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 모두가 함께 이동하는 세상. 그 세상을 위해 기꺼이 우리는 미국에서도 행동을 멈추지 않았답니다.

수많은 면담, 수많은 이동, 전해 드리고 싶은 대표단의 이야기가 참 많습니다만, 다 담지 못해 아쉽습니다. 대표단이 앞으로 여러 방법으로 우리의 경험을 알릴 것이니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그리고! 모두 함께 사는 세상, 그 세상을 위해 함께해주세요! 동지는 언제나 환영입니다—당신, 제 동료가 되어주세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