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인권운동, 캐나다 워킹홀리데이와 이민, 그리고 늦깎이 대학 생활. 늘 아름답기만 한 청춘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누구보다도 바쁘고 다사다난한 20대를 보냈다. 그런 내게 종종 두 살 아래 여동생 은서는 어떤 삶을 사는지 묻는 이들이 있었다. "은서는 중증 발달장애인이라 집에만 있어요.”

이 말에 사람들은 얼굴에 묻어난 당황을 애써 감추고 더 이상 동생에 대해 묻지 않았다. 어딘가 인과관계가 맞지 않는 내 대답이 스스로 부끄러웠지만, 사람들의 반응도 의문스러웠다. 장애인에게는 집에만 있는 삶이 당연하다고 생각한 걸까? 은서도 지역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어쩌면 그들도 나와 같은 의문이 있었지만 차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걸까?

올해 여름은 유독 더 뜨거운 것 같습니다. 7월의 서울 거리는 기후위기의 현실을 온몸으로 느끼게 했습니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위치한 경복궁에서 국민연금공단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신사역까지, 바람 한 점 없는 지하철 승강장에서,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전동행진을 이어갔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7월 1일 전동행진은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향한 단식 농성으로 이어졌습니다.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와 탈시설 권리 보장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삶의 현실이 되어야 한다는 간절함의 표현이었습니다. 

매일 경복궁역에서 국정기획위원회까지 이어진 선전전에서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살 권리가 있다!"고 외쳤습니다. 경복궁 영추문에서는 현수막 퍼포먼스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장애인운동의 역사가 바람에 펄럭였죠. 🚩

기후위기 시대에 기후정의가 필요하듯, 이 시대에는 장애정의 또한 절실합니다. 올해 3월 태연재활원 인권참사가 드러났듯, 시설은 더 이상 장애인이 살아갈 곳이 아닙니다. 천주교의 탈시설 왜곡에 맞선 4월 혜화동성당 고공농성에서 외쳤던 것처럼, 지역사회에서 살 권리는 협상의 대상이 아닙니다.

국정기획위원회 앞에서 외치는 목소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만나 변화를 바라는 목소리는 정책이 만들어지는 현장에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서서 발언하는 것이자, 진정한 민주주의의 실현입니다. 시혜의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서 정치의 중심에 서는 것입니다.

보건복지부 TF 구성과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확보는 등급이 아닌 개별적 욕구에 따라,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 지원받는 사회를 만드는 구체적 방법입니다.
곧 국정기획위원회 활동이 종료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가 만들어낸 투쟁은 계속된다는 것입니다. 장애정의가 실현될 때까지,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모든 사람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여정은 멈추지 않습니다. ✊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이 투쟁에 함께 연대해 주세요. 변화의 바람에 함께 움직여 나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