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카톡.
“혹시 파리 패럴림픽 오시나요?” 박경석 대표에게 카톡을 받았다. 2024 파리 패럴림픽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마침 나도 패럴림픽 무브먼트를 성찰해 보자는 글을 쓰고 있었다. 패럴림픽은 한 사람의 욕망, 혹은 장애인 스포츠 커뮤니티의 열망을 성취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인류의 소중한 자산 중 하나다. 하지만 패럴림픽에서 재현되는 장애는 장애인(또는 비서구 사회 전체) 역량 강화 담론(empowerment discourse)을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의료·재활·자선 모델을 강화하는 동시에 서구중심주의(Westcentrism)를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문헌을 뒤적이며 머릿속으로만 고민하던 나에게 2024 패럴림픽 투쟁은 국제 패럴림픽위원회와 장애인 커뮤니티 사이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교섭 과정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처럼 느껴졌다.

사실 패럴림픽 투쟁 일정은 쉽지 않았다. 몸도 마음도 지치는 순간이 많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전 세계 어디에나 에이블리즘이 존재하며 다양한 형태와 강도로 장애인과 장애인 커뮤니티를 억압하고 있음을 우리는 목격했다는 점이다. 파리 지하철이 대표적이었다. 16개 노선 중 14호선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지하철역은 접근성을 갖추지 못했다. 제한된 접근성은 패럴림픽 개막식 당일 우리에게 직접적인 문제가 되었다. 원활한 대회 진행을 위해 지상 교통수단이 통제되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개막식이 예정된 경기장까지, 지하철역 몇 구간에 해당하는 먼 길을 직접 이동해야 했다.

설령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었다 하더라도 플랫폼과 열차 사이 단차 때문에 휠체어 이용자가 독립적으로 탑승하기는 어려웠다. 그런 역에서는 직원들이 경사로를 설치해 승하차를 지원하곤 했다. 하지만 탑승할 때와 달리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는 직원도, 경사로도 없어 비장애인 활동가들이 휠체어를 들어 내려야만 했다. 파리 패럴림픽은 ‘패럴림픽과 올림픽의 하나 된 스토리’를 강조하며 ‘포용’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일반 시민들이 패럴림픽을 향유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파리 특사단은 패럴림픽에 내재된 에이블리즘에 문제를 제기했다. 거리와 광장에서 집회를 열거나 지하철에서 선전전을 펼쳤고, 미술관을 일시적으로 점거하기도 했다. 현지 시민들과 장애 활동가들을 초대해 한국 장애인인권 영화를 함께 보며, 국가와 상관없이 존재하는 구조적 억압과 장애해방을 위해 필요한 연대 투쟁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영화제가 국제 투쟁의 백미였다고 생각한다.) 방식은 다양했지만 모든 투쟁에는 사회가 좀 더 정의로워지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파리시는 이에 부당한 권력 행사로 대응했다. 사복 경찰들을 배치해 우리를 감시했고, 이동 중에는 여권을 압수해 길을 가로막았다.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패럴림픽 개막식 경기장 앞에서 우리는 경찰들에게 한참을 붙들려 있었다. 경찰과 우리 사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그 건너편에는 오륜기를 두른 채 눈부시게 아름다운 에펠탑이 서 있었다. 극명한 대비도 있었다. 길 위에서 공권력의 통제 아래 놓였던 우리와 달리, 패럴림픽 선수들은 경찰들의 호위를 받으며 안전하고 편안하게 경기장으로 이동했다.

2024년 패럴림픽 투쟁은 나에게 국제 장애인 운동에 대한 감각을 일깨워 준 사건이었다. 어느 방향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는 불분명했지만 국제적 연대가 필요하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파리 투쟁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 2025년에는 전장연의 북미 투쟁에 동참했다. 유럽보다는 익숙했기에 더욱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 우리는 뉴욕, 몬트리올, 토론토에서 수많은 활동가들과 기관들을 만났다. 유럽보다 북미 단체들과 더 결이 맞는 듯했다. 직접 행동이 사회변화를 이끄는 방법이라 믿으며, 규모와 상관없이 여전히 다양한 행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뉴욕의 DIA는 지하철 접근성 문제를, 몬트리올의 라플리크는 빈곤 장애인의 안락사 문제를 지속적으로 직접 행동으로 제기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두 눈으로 확인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비장애 중심 사회가 만들어낸 체계적 억압이 작동하고 있었고, 에이블리즘은 그것들을 정당화했다. 북미의 활동가들과 우리는 투쟁 이야기를 나누며 친밀감을 느꼈다. 또 미래에 연대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했다. 물론 북미에서의 만남은 한국 투쟁 현장에서 목소리와 영상으로 이어지는 연대의 의지로 확장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에이블리즘 해체를 위해 어떻게 대화를 지속할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떻게 더 강하게 연결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물음표로 남아 있었다.

캐나다와 한국, 두 세계의 경계에 머물던 나는 국제 투쟁을 통해 에이블리즘이 훨씬 복잡하고 난해한 국제적 맥락 속에 놓여 있음을 배웠다. 그러던 중 문득, 파리 패럴림픽 투쟁 경험과 북미 투쟁 경험이 이어지면서 새로운 상상을 하게 되었다. 패럴림픽이라는 공간이 국제 장애인 운동 연대의 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패럴림픽의 주요 아젠다가 ‘포용적 세계(inclusive world)’라고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로, 우리가 원하는 포용으로 재정의할 수는 없을까? 우리가 만났던 수많은 활동가들과 기관들 가운데 뜻이 맞는 이들이 패럴림픽 투쟁에 함께한다면 또 다른 미래를 꿈꿀 수 있지 않을까? 나아가 패럴림픽이라는 정치적 공간을 장애정의가 재현되고, 진보적 장애인 운동에 기반한 장애 가시성이 드러나는 장으로 재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안녕하세요. 나야장애인권교육센터의 온슬입니다.

나야장애인권교육센터는 2025년 슬로건을 **“장애인권 감수성을 톺아보고, 차별에 저항하는 실천가로 협력하자”**로 정하고, 다음 네 가지 기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첫째, 사회구조와 환경을 이해하고 인권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을 남기기.
둘째, ‘인권’이 무엇인지 알고 자신의 권리를 일상에서 실현해 나가기.
셋째, 반복되는 공부와 교육으로 서로의 배움을 확대해 전장연 조직운동에 기여하기.
넷째, 발달장애인과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기 위해 다양한 참여자 대상 교육방법을 모색하기.

올해로 ‘나야’에서 활동한 지 7년이 된 저는, 상근활동가로 지내는 동안 다양한 모습으로 삶을 살아가는 참여자들을 교육으로 만났고, 일상 속에서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고민하고 찾아가는 여정을 보냈습니다. (물론 저만의 생각일 수도 있고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그리고 다행히도(?)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남은 인생의 시간 속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연대를 통해 국가와 사회로부터 제대로 된 지원을 받으며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일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이, 희미하던 시간들을 점점 선명한 빛깔로 바꾸어 가고 있음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나야’는 2019년부터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지원을 받아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나야’와 함께 이 교육을 진행하는 단체는 강사료를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나야’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하게 노동권을 보장받으며 일할 수 있도록, 교육으로 투쟁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나야장애인권교육센터’라는 이름에는 “인권은 ‘나’로부터 시작되며, 나의 인권이 중요한 만큼 ‘너’의 인권도 중요하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러므로 서로의 존재만으로 존중받을 수 있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현장에서 뵙겠습니다. 🔥